[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게 맛을 잘 아는 장거리 여행자, 알락꼬리마도요
[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게 맛을 잘 아는 장거리 여행자, 알락꼬리마도요
  • 이용주 작가
  • 승인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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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 러시아 극동에서 출발해 우리 갯벌을 거쳐 머나먼 호주까지 날아가는 긴 부리의 나그네새다. ⓒ이용주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알락꼬리마도요는 아래로 길게 휘어진 부리와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꼬리를 가진 도요새다. 이 새는 주로 러시아 극동과 시베리아 동북부, 중국 동북부 등에서 번식하고, 번식이 끝나면 한반도와 중국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수천㎞에 이르는 장거리를 이동해, 필리핀과 뉴기니,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우리나라에서는 봄과 가을에 비교적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로, 봄에는 대체로 3월 초순부터 5월 중순까지, 가을에는 8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극히 드물게 일부 개체가 국내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의 넓은 갯벌과 하구는 장거리 이동으로 지친 알락꼬리마도요가 먹이를 먹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중요한 중간기착지다.

알락꼬리마도요의 몸길이는 약 58.5~61.5㎝로 도요새 가운데 가장 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머리 길이의 약 세 배에 이를 정도로 길고 아래쪽으로 활처럼 휘어진 부리다. 암컷은 수컷보다 몸집이 크고 부리도 더 긴 편이다. 전체적인 몸빛은 갈색과 회갈색 계통으로, 배에는 엷은 갈색 바탕에 줄무늬가 흩어져 있다. 날아오르면 등과 허리가 적갈색을 띤 회갈색으로 보이고, 날개 아랫면에는 흑갈색 줄무늬가 촘촘하게 나타나 전체적으로 어둡게 보인다. 다리는 푸른빛을 띤다.

알락꼬리마도요는 마도요와 매우 비슷해 관찰할 때 혼동하기 쉽다. 두 종을 구별하는 중요한 단서는 허리와 날개 아랫면이다. 알락꼬리마도요는 허리가 갈색 계통이고 날개 아랫면에 촘촘한 무늬가 있는 반면, 마도요는 날아갈 때 흰색 허리가 뚜렷하고 날개 아랫면도 비교적 희게 보인다.

알락꼬리마도요는 해안 갯벌과 백사장, 하구, 물이 고인 논과 습지, 풀밭 등에서 생활한다. 게와 갯지렁이, 새우를 비롯한 갑각류와 조개류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을 잡아먹는데, 특히 게를 즐겨 먹는다. 2002년경 배우 신구가 출연한 롯데리아 크랩버거 광고에서 크게 유행했던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유명한 문구처럼, 알락꼬리마도요야말로 누구보다 ‘게맛’을 잘 아는 새인지도 모른다.

갯벌을 천천히 걸으며 기다란 부리를 게 구멍이나 부드러운 펄 속 깊숙이 찔러 넣어 숨어 있는 먹이를 찾아낸다. 이때 길고 아래로 휘어진 부리는 다른 새들이 쉽게 닿기 어려운 곳의 먹이까지 찾아낼 수 있는 훌륭한 사냥도구가 된다. 마치 우리가 바지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어 물건을 꺼내듯, 보이지 않는 펄 속에서 게를 능숙하게 끄집어내는 모습은 알락꼬리마도요만의 독특한 재주다.

알락꼬리마도요에 대해 더욱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약 3만5천 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약 30% 정도가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우리 서해안과 남해안을 지나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갯벌은 알락꼬리마도요의 이동과 생존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갯벌 매립과 개발, 환경파괴 등으로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해마다 수천㎞에 이르는 먼 하늘길을 오가는 알락꼬리마도요에게 우리나라 갯벌은 단순히 잠시 쉬어가는 곳이 아니다. 긴 여행을 이어가기 위해 먹이를 먹고 힘을 비축하는 소중한 ‘생명의 충전소’다.

러시아 극동에서 출발해 우리 갯벌을 거쳐 머나먼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날아가는 긴 부리의 나그네, 알락꼬리마도요.

해마다 게맛을 보러 우리 곁을 찾아오는 이 귀한 손님이 앞으로도 힘찬 날갯짓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갯벌이라는 생명의 터전을 온전히 지켜야 한다. 오늘도 우리 갯벌에서 힘을 채운 알락꼬리마도요는 다시 머나먼 남쪽 하늘을 향해 위대한 날갯짓을 시작한다.

알락꼬리마도요 ⓒ이용주

 

이용주 작가

육사(44기)와 영남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육군중령으로 전역. 자연과 환경, 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조류 탐조(探鳥)와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 중.

이용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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