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연극 '듀오', 배우 주호성의 '연기 인생 55년' 기념비적 공연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연극 '듀오', 배우 주호성의 '연기 인생 55년' 기념비적 공연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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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넋 놓고 보게되는 '고수의 경지' 주호성의 진국 연기
- 칠순 배우의 자전적 스토리...연출도 도맡아
사진=정중헌
연극 '듀오' 주역들과 함께한 배우 겸 연출가 주호성/사진=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5월 16일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막을 올린 ‘듀오’는 주호성의 무르익은 진국 연기를 볼 수 있는 자전적인 작품이다.

5년 후 80세가 되면 자신이 처할지도 모르는 노배우의 닫힌 세계를 보여주는 한편으로 사회 시스템을 통해 출구(出口)를 찾는 희망의 염원이기도 하다.

1969년 연극 분신으로 데뷔한 주호성은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영국인 애인’, ‘모노드라마 술’, 극단 고향의 ‘스까뺑의 간계’, ‘썬샤인 보이즈’ 등 작품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그는 10여 년 중국에서 활동하며 억제했던 무대에의 욕구를 2016년부터 의욕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아내의 서랍’, ‘부조리 부부’, ‘어느날 갑자기’ 창작 초연작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란한 화술과 천의무봉의 연기로 자신의 아성을 구축해왔다.

‘어느날 갑자기’에서 주호성의 진면목을 본 관객들은 ‘듀오’ 첫날 감탄사를 연발하며 넋을 놓고 무대에 빠져들었다. 70대 중반의 배우가 2시간 가까운 연극의 엄청난 대사를 속사포로 구사하면서 한 치의 오차 없이 극을 끌어가는 완벽성과 에너지에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이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연극에 응축해 내기 위해 주호성은 희곡 작업에 뛰어들었고, 연출도 직접 했으며, 연기도 익을 때까지 숙성시켰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평생 조연으로 살아온 80대 노배우의 말년, 아무도 찾지 않는 고독감, 절망감... 거동도 자유롭지 못한 이 독거노인은 외부세계와 단절한 채 술로 말년을 버텨나간다.

연극 '듀오' 캐릭터 컷. 배우 겸 연출가 주호성 

주호성은 아마도 모노드라마도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노배우에게 출구를 찾아주기 위해 젊은 여성 생활지원사를 끌어들여 세상과 소통하게 했고, 마침내 다시 무대에 서기에 이른다.

연습 과정도 보았지만 실제 공연에서 배우 주호성은 배우의 자세, 배우의 자존심, 그리고 자신의 연기론을 펼쳐내고 있다. 무릇 배우란 대사나 외워 무대에 서는 게 아니라 완벽히 소화하여 감성으로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하며, 프로의 가치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고 무대에 서야 한다는 것 등이다.

제목을 ‘듀오’로 정한 것도 음악의 2중주 화음처럼 호흡이 척척 맞는 최상의 앙상블을 구현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상대역 정재연 배우와 거의 3개월을 함께 연습해 물 흐르듯 자연스런 듀엣 연기를 구현했다.

생활지원사 반고은 역 정재연 배우에 열정과 성원으로 노배우 천일염은 가슴의 빗장을 풀고 외부세계와 소통을 이루면서 꿈으로 간직했던 ‘빨간 피터’를 극중극으로 연습하기에 이른다.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빨간 피터의 고백’은 추송웅이 창고극장에 올려 빅히트한 1인극인데, 주호성 배우도 중국과 한국에서 이 공연을 펼친 경험이 있어 극 후반부를 빨간 피터 하이라이트로 꾸며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함께 독보적인 연기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출구에 대한 화두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정중헌
연극 '듀오' 커튼콜 무대에서 배우 겸 연출가 주호성/사진=정중헌

최근 연출에도 열정을 쏟아온 주호성 배우는 ‘듀오’를 연출하며 주인공 천일염의 분신인 그림자와 대화하는 영상 장면을 보여줘 주인공 내면의 의식을 읽을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관극의 재미를 안겨주었다.

필자는 이날 첫 공을 생활연극 배우들과 함께 보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감동받았다”고 벅찬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주호성의 연기는 실험극장 ‘돈키호테(라만차의 사나이)’의 산초 역에서 일찍이 인정받았지만, 성우 출신으로 독자적인 화술 역량을 보여 창작극 번역극 경계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고수의 경지에 오른 주호성의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는 ‘듀오’는 배우는 물론 전문가들도 보고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극단생활 대표.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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