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가 만난 人] “국전(國展) 정신 잇는 독립적인 ‘미술관 건립’이 마지막 꿈”
[박현수가 만난 人] “국전(國展) 정신 잇는 독립적인 ‘미술관 건립’이 마지막 꿈”
  • 박현수 편집위원
  • 승인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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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대한민국 화단의 산 역사’ 양태석 국전작가협회 이사장

-8일~14일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서 ‘제13회 국전작가협회 회원전’ 개최
-‘국전’ 입상자 출신 독창적인 작품세계 일궈 온 원로 화가 146명 출품
-2012년 협회 설립 주도해 대한민국 미술계 대표하는 미술 단체로 우뚝
-“청와대 내에 미술관 설립되면 회원들 작품 기증해 영구 전시” 목표
-전남 진도 폐교 인수해 회원들 작품 기증한 ‘작은 미술관’ 운영 중
-소설가, 수필가, 시인으로도 왕성한 활동…다수의 문학상 수상
-이론서 전무 속 ‘한국 산수화의 이론과 실제’ 출간, 큰 자부심 느껴
-‘대한민국 화단의 산 역사’,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불려
- “빽 이용해 재벌들에게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아 본 적 없어”
양태석 국전작가협회 이사장의 인사동 사무실은 4면이 그의 작품으로 가득 채워져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인터뷰 도중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양 이사장./사진=박현수 편집위원.

인터뷰365 박현수 편집위원(인터뷰어) = 대한민국 미술계를 이끌어 온 ‘국전’(國展·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상자 출신으로 각자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일궈 온 원로 화가 1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근래에 보기 힘든 이들의 작품은 8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국전작가협회(이사장 양태석·84) 주최로 5개 층 전관을 통째로 빌려 이날 오후 4시에 개막전 행사를 갖는다.

5월의 햇살이 정수리를 맴도는 날 이번 회원전을 총괄 지휘하는 양태석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시회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국전’ 출신 원로 화가 150여 명 작품 한 자리에

양 이사장은 ‘인터뷰365’와의 인터뷰에서 “국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부터 1981년까지 정부에서 주최한 미술공모전으로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근간을 이뤘으며, 미술지망생들의 유일한 등용문이자 우리나라 미술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근대 미술의 흔적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명맥을 잇자며 국전 입상자들이 모여 지난 2012년 협회를 설립해 사단법인으로 만들 미술관 건립을 위한 마중물로 올해로 13년째 회원전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령층으로나 구성원으로 보아 대한민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미술 단체로 우뚝 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체 회원 160명 가운데 양 이사장을 비롯해 146명이 그동안 갈고 닦은 작품 1점씩을 선보인다.

양 이사장은 회원 상당수가 고령임을 의식해 ‘우주로 가는 행렬’을 출품한다. 또 언론인 출신이자 ‘골프 미술’의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해온 신정무 수석 부이사장은 ‘페불비치의 추억’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특히, 특별전에서는 고보옥, 김희자, 문혜경, 안진수, 이규헌, 이봉재, 임선희, 정정순 회원이 각각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다수의 작품을 출품하고 판매 수익금을 협회 발전에 기부하는 회원들의 기증전시회도 마련돼 있다.

8일부터 14일까지 국전작가협회 회원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에서 전시 작품을 둘러 보던 중 신정무 수석 부이사장과 포즈를 취한 양태석 국전작가협회 이사장(오른쪽).

화가·소설가·수필가·시인 등 다방면 업적...‘한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전작가협회 이사장직을 6년째 맡고 있는 양 이사장은 화가로서 일가를 이뤘지만, 소설가, 수필가, 시인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수상 이력에 제1회 소운문학상, 제5회 황금찬문학상 대상, 유관순 문학상, 윤동주 별 문학상 등을 수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그는 “한국 미술에 관한 변변한 이론서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 2001년 ‘한국산수화의 이론과 실제’(백산출판사)를 출간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대학에서 교재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뿐만 아니라 ‘그림 보는 법 그림 사는 법’ 장편소설 ‘화가는 어디로 가야하나’ 등 지금까지 펴낸 책이 무려 23권이나 된다. 교정을 남겨놓고 출간을 앞둔 시집 ‘노인 보릿고개’도 조만간 빛을 볼 예정이다.

동양화, 서양화, 추상화, 사군자, 인물화 등을 아우르며 그림과 문학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를 두고 미술계 일각에서는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부른다. 다 빈치가 화가로서 뿐만 아니라 문학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것을 두고 나온 평가다.

그는 ‘미술의 힘’을 강조하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경제적 가치가 40조 원에 이른다”며 “우리나라에도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일본의 국보로 인정받는 만큼 모나리자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화단의 산역사’로도 불리는 양 이사장은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지 떡잎을 먹으려다간 죽는다. 화가는 그림 그리는 데만 전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또 정치인들과도 깊은 교류를 가져온 그는 “빽을 이용해 재벌들에게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아 본 적 없다”고도 했다.

제13회 국전작가협회 회원전 포스터.

작품 수백여 점이 전시된 인사동 한복판의 사무실은 그의 작업공간이자 국전작가협회 작가들의 사랑방으로도 사용되며 2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사동에서 50년 가까이 활동한 양 이사장의 영애도 화가다. 양문숙 화가는 협회 재무이사를 맡아 살림을 총괄하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여든을 훌쩍 넘긴 그에게 마지막 꿈이 하나 있다. 국전의 정신을 잇는 국전작가협회 독립적인 ‘미술관 건립’이다. 장소는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 내에 만들기 위해 청와대관리공단과 종로구청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국립근대미술관이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무언가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그의 가슴에 서려 있었다. “청와대 내 한 곳에 독립적인 미술관을 갖게 되면 회원들의 작품을 기증해 영구적으로 전시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경기대 문과대학장을 지냈으며 시인이자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지엽 국문학과 교수(시인)가 지난 2020년 인수한 전남 진도의 한 폐교(석교초 죽림분교)에 회원들이 작품 한 점씩을 기증해 ‘작은 미술관’을 조성해 놓은 것은 미술관 건립을 위한 일종의 마중물이다.

전남 진도에 있는 한국시화미술관 전경./이지엽 화가 제공

풍곡 성재휴 선생을 사사한 양 이사장은 국전 특선 및 입선 출신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고려대 사회교육원 미술과 담당교수, 대한민국서법예술대전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미술협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제32회 예총예술문화상을 비롯해 일본 동경 아세아현대미술대전 초대작가상, 2021 대한민국 나눔대상 대상, 경향 아트페어 대상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미술과 문학 분야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던진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겼다.

“문화는 소중하고, 예술은 귀중하며, 예술을 만드는 사람은 더욱 귀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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