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재 봉준호 박찬욱 미국서 영상축하

인터뷰365 김두호 칼럼니스트 = 영화 ‘꼬방동네사람들’의 배창호 감독과 함께, 한 시대의 충무로를 이끌었던 감독, 배우, 촬영, 홍보, 제작 분야 스태프들이 40년 만에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15일 저녁 7시 서울 압구정동 CGV에서 개막된 배창호 감독 특별전에서였다.
어림잡아 한 150여 명 쯤 될 영화인들이 서로 반갑게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풍경을 바라보며 순식간에 그때 그 시절 추억들이 뭉클하게 되살아났다. 필자도 그 시절 영화기자로 살았다.
자신만만한 패기, 그 젊고 팔팔하던 모습들이 이순, 고희를 넘어 주름진 얼굴로 바뀌긴 했지만 ‘가난해도 정으로 뭉쳐 살던 시절’의 인정미는 그대로 변함이 없어 보였다.

‘꼬방동네사람들’의 원작가 이철용(1948∼ 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 이사장), 주연배우 안성기·김희라·김보연 배우가 배창호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회억의 인사말을 하면서 울기도 하고 목이 메여 하던 말을 멈추기도 했다.
김희라 배우는 “이 순간을 맞이하려고 40년을 기다렸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냈고, 마침내 칠순에 이른 안성기 배우는 소감 몇 마디하고 말을 멎었고 김보연 배우는 울기만 했다.



축사를 한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은 “배 감독은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였다”고 말했다. 배 감독에게 감독의 길을 열어준 이장호 감독도 참석했다. 배창호 연출의 ‘깊고푸른밤’을 제작한 이우석 동아수출공사 회장도 미수(88)의 연세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이날 모습을 보였다.
예상치 않았던 놀라운 일도 벌어졌다. 지금 세계적인 영화감독과 배우로 명성을 떨치며 미국에 체류 중인 이정재, 박찬욱, 봉준호 영화인들이 모두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배창호 감독 연출의 ‘젊은 남자’ 타이틀 롤이었던 이정재 배우는 “자식 돌보는 아버지 같이 나를 보듬어주었다”고 말했고, 박찬욱 감독은 “대학에 진학해 ‘꼬방동네사람들’보고 영화감독을 꿈꾸었다”고 했다. 또 봉준호 감독은 “나의 영화감독 지망생 시절에 배 감독 작품을 보고 영화공부 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에 배창호 감독이 되살아난 이 날 영화평론가 김종원·오동진·이창세, 영화감독 정지영·장길수·이명세·이한빈 감독들의 얼굴도 보였다. 이명세 감독은 배감독의 연출팀 출신이다. ‘꼬방동네사람들’ 개봉 당시 홍보책임을 맡았던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원장의 회포어린 표정도 보였다. 이들과 함께 40여년 만에 다시 본 ‘꼬방동네사람들’은 역시 배감독의 연출 작품 18편중에서도 역작으로 평가할 만했다.
가난한 빈촌 사람들의 질박하고 순수하고 소박한 사랑을 다룬 애정 멜로드라마인 이 작품에서 김희라의 걸쭉한 동작, 소매치기로 등장한 안성기의 그 진지하고 리얼리티한 연기. 두 남자를 오가며 두 남자를 모두 버릴 수 없었던 여자의 순애보를 조금도 모자람 없이 보여준 김보연의 이쁜 연기, 모두가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했다는 생각을 다시 돌이켜 준 시간이었다.
-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