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린제이 로한’ 서인영의 시대 오는가
‘한국의 린제이 로한’ 서인영의 시대 오는가
  • 이근형
  • 승인 200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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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노골적인 신상녀의 파장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여성들 사이에서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최신 가방 및 클러치를 ‘잇백 (It Bag)’이라 일컫는다. L사나 G사의 전통 브랜드 및 그 브랜드를 담당하는 디자이너들이(대표적으로 마크 제이콥스 등이) 고안해낸 새로운 디자인의 가방이 출시되면, 여성들은 수소문을 통해 발매시기를 알아내고 그간 모은 돈으로 당장에 구입해내고야 만다.

잇백이 이름을 떨치기까지는 다양한 경로가 활용되는데, 주지하다시피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상생활에서 잇백을 들고 나오면 그것이 곧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백화점의 브랜드샵이나 옷가게의 진열장 중 맨 앞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대개 잇백이라 ‘진열장 효과’만으로도 살아나지만, 무엇보다도 슈퍼스타들이 걸치고 다녀야 그 효력이 확실해진다.


잇백은 여성들 사이에서 최신 유행을 이해한다는 하나의 보증 수표가 되는 것이고, 갓 생산된 따끈따끈한 핸드백이나 클러치가 발휘하는 효과는 여성의 미(美) 를 뛰어 넘어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의 영향력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이런 ‘특권’을 제일 먼저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할리우드 스타들이다. 대표적으로 비욘세, 사라 제시카 파커, 앤 해서웨이 등을 언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여성들의 선망 대상’이자, 잇백과 같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주얼리의 서인영을 꼽을 수 있다. 그녀의 행동거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나라에서만큼은 그녀의 영향력은 잇백 그 이상인 것을.


요즘 남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젊은 여성들이 모이는 곳에서 서인영 이야기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진다고 한다.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미용실, 카페, 그리고 대학가의 여흥 시설에서 그녀들이 모였다 하면 “서인영이 입은 옷이 말야...”, “서인영 헤어스타일 있지...”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때에 따라서는 서인영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신나게 칼질(?) 하기도 한다.

서인영이 지난봄부터 하고 나왔던 일명 ‘버섯머리’의 웨이브 헤어스타일은 이미 2008년 유행 스타일이 됐다. 서인영이 검은색으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갈색 버섯머리를 하고 나오면 또 여성들은 똑같이 갈색으로 물들인다. 헤어뿐 아니라 서인영이 입은 짧은 팬츠와 검은 드레스, 베이비 컬러의 의류들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2008년은 말 그대로 서인영의 시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서인영이 지금까지 주얼리의 멤버로 있으면서, 사실 주얼리의 슈퍼스타 박정아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었을 뿐 그녀의 베일을 벗겨보니 말 그대로 상상 이상이었다는 것을.

서인영이 톱스타의 자리에 오르게 되기까지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의 공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서인영이 보여준 행동이나 말투는 그녀의 네임밸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 결혼했어요> 없이는 지금의 그녀도 없었다. 그럼 왜, 우리는 서인영이라는 여성에 대해 열광하는가.




① 가식 없는 여성 그룹 ‘주얼리’ 출신이기에


서인영에 대해 탐구하기 이전에 그녀의 태생이자 본 모습인 여성 그룹 주얼리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인영은 2002년 주얼리에 합류, 리드 보컬 박정아와 조민아, 이지현과 함께 4인조 여성 그룹의 형태를 이루었다. 주얼리는 참으로 솔직한 그룹이다. 가장 가창력이 뛰어난 박정아를 앞에 세워두고, 그녀의 리딩에 의해서 팀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기억하는가. 주얼리의 4집 Super Star의 타이틀곡 Super Star는 호쾌한 멜로디와 록적인 사운드가 합쳐져 2005년 봄 여름을 강타했는데, 이 노래에서도 박정아의 가창력에 나머지 멤버들의 춤사위로 뒷받침하는 모양새였다.


주얼리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무대 밖에서 타 여성 그룹에 비해 상당히 솔직했다. 멤버 이지현이 SBS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과감한 언어를 내뱉으며 상대 출연자를 꼼짝 못하게 한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된다. 나머지 멤버들 역시 솔직함에 있어서는 그에 뒤지지 않았다. 조민아와 이지현이 팀을 탈퇴하고 그 자리를 대신한 하주연과 김은정은, 표면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역시나 주얼리의 ‘솔직함’을 이어간다. (김은정은 그저 한국 지리 과목이 좋아서 지리학을 전공했다고 말하는 식이다)

그래서일까. 주얼리는 생각보다 히트곡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서인영이 현재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에서 독보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아직은 주얼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주얼리의 인기를 든든하게 업고 있는 것이다.



② 그냥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서인영이기에


앞서 언급했듯 서인영은 스타 웨딩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다시금 올랐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모범적인 부부 (알렉스 신애), 알콩달콩 신혼부부 (앤디 솔비), 그리고 초창기 시절 가장 현실적인 형태의 부부 (정형돈 사오리) 등 쟁쟁한 출연자들이 서인영과 맞서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서인영 크라운제이 부부가 비록 팬 투표에서 뒤질지언정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서인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서인영을 좋게 말하자면 가요계에만 몸담았던 터라 인정(人情)이 부족했던 반면 프로다운 모습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겠고, 나쁘게 말하자면 이른 나이에 스타덤에 올라 자존심이 드세고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들이 힙합 가수 크라운제이와의 결혼 생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가상 남편 앞에서 “나는 요리를 못한다”라며 대놓고 선전 포고(?)를 하고, 쇼핑을 나갈 때에도 무조건 새 시즌 제품만 고집하며 “신상!” 을 외쳐댄다. 크라운제이의 어머니와 조우할 때에도, 1퍼센트의 가식이 없다. 그냥 자기가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말한다.



이런 점들은 이전의 연예계에서 많이 기피되는 현상이었다. 아무리 자기 자신이 즐기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예전 연예인들은 취미를 ‘승마’라고 둘러댔을 만큼 한국 연예계에서 이미지 관리는 그 어느 것보다도 필수 요소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그램이 예능계를 휩쓸었고, 그 여파로 인해 대개의 연예인들은 더 이상 가식적인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를 뛰어넘어 또 다른 새로운 땅을 개척한 여자 연예인이 바로 서인영이다. 솔직함과 털털함을 뛰어넘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행하는 스타일을 서인영이 개척한 것이다.


세계적인 미국 팝 가수 핑크 (Pink), 힐튼 호텔의 상속녀이자 월드 스타 패리스 힐튼, 그리고 최근 동성애자와 결혼한다고 발표하며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세계적인 배우 린제이 로한 등이 바로 앞서 언급한 ‘서인영 스타일’ 의 길을 먼저 걸었다면 걸었다고 할 수 있다. 서인영과 이들의 공통분모는 ‘생각없이 이야기 하는 것’, ‘신상품만 바라보는 것’, 그리고 ‘자기 편한 게 제일 좋은 것’ 이다. 미국 할리우드 바닥에서는 이런 연예인들이 득실거리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서인영 외에는 쉽게 발견하지 못했기에 서인영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부류가 많은 것일 테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린제이 로한 같은’ 서인영이 2008년에 메이저 무대에 뛰어들었으니, 앞으로의 연예계 판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③ 섹시 여가수의 대열에 정점을 찍는 서인영이기에


서인영의 본업은 음악이다. 그녀는 이미 주얼리라는 그룹을 통해 베스트, 스테디셀러의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서인영의 주된 음악 장르는 댄스 및 힙합의 요소가 들어간 팝, 그리고 리듬앤블루스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미국의 세계적인 그룹 푸시캣 돌스, 그리고 ‘여제’ 비욘세 같은 섹시 콘셉트를 지녔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인영이 솔로로 나설 때, 자연스럽게 우리는 섹시 여가수의 대열에 서인영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이제는 엄정화, 이효리와 함께 논하는 수준이다.


서인영은 주얼리 내에서도 털기 댄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섹시한 몸매와 고혹적인 눈빛을 가진 그녀였기에, 2007년 그녀의 솔로 1집 Elly Is So Hot이 등장했을 때 평단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인 섹시 여가수 콘셉트가 등장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래서 서인영에게는 섹시 콘셉트 및 그녀의 상업성을 증명할 수 있는 부수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바로 그것이 주얼리에서의 활약, 그리고 섹시 여가수의 대열에 정점을 찍는 그 어떤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그녀의 1집 Elly Is So Hot은 서인영이라는 네임밸류에 비해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역시 그녀의 네임 밸류를 높여주는 요소는 그녀의 태생, 바로 주얼리였다. 주얼리의 막강한 파워에 잠시 기대어 2008년 그들의 5집 Kitchi Island를 내놨고, 그 앨범의 타이틀 곡 One More Time을 통해 가요계를 석권하며 ‘주얼리의 명불허전’을 그녀들이 직접 증명했다.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해외 원곡의 출중한 멜로디가 히트 홈런의 원인이었다. 여기에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돋보여주는 ‘ET 댄스’가 곁들여졌고, 춤꾼 서인영은 역시 이 모든 조합의 중심이었다. 서인영의 인기 가도에서 One More Time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2008년 7월에 내놓은 그녀의 싱글 앨범 Elly Is Cinderella의 타이틀곡 <신데렐라>는 서인영이 주얼리를 통해 쌓아온 여가수의 입지, 그리고 그녀가 새로 선보이는 섹시 여가수의 방안에 대한 결과물이었다. <신데렐라>는 말 그대로 21세기형 신데렐라를 노래한다. 고전에 등장하는 순응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신데렐라가 아니라, 현대 여성의 그것처럼 스스로 만들어내고 스스로 사랑을 찾는 그런 ‘알파 걸’을 노래한다. 역시나 가사에서 묻어나듯, 부(富)에 대한 솔직함과 노골적인 표현이 일방적이다. 이게 바로 ‘섹시 여가수의 대열’에 정점을 찍는 그녀만의 방법이었다. 성적인 요소 뿐 아니라, 진짜 여성이 원하는 노골적인 그 무언가를 서인영은 그토록 바라왔던 것이다.



서인영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거부하느냐


이제 멍석은 깔렸다. 그녀를 위해 말이다. 아직까지도 그녀가 남긴 2008년 유행어 ‘신상’은 신제품, 새 시즌 제품을 일컫는 말로써 널리 사용된다. 아직도 거리를 노닐다 보면, 그녀를 따라 ‘버섯머리’ 웨이브 펌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여성들이 즐비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의 ‘무개념 태도’에 대해 별의별 욕설을 써가며 그녀를 비난하는 부류, 그리고 그 와중에도 서인영이 입은 옷가지나 패션 스타일을 따라하려는 부류가 양쪽으로 갈린다. 이제 패션계에서도 서인영을 패셔니스타로 인정하는 추세고, 패션지에서는 그녀를 집중 분석한다.

그리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그 와중에도 귀여움과 섹시한 요소를 겸비하고 있는 여성 스타 린제이 로한, 핑크, 패리스 힐튼 등과 이제 견주어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서인영은 주변에서 비판, 비난을 받아도 꿋꿋이 콘셉트를 안 바꾸고 자기가 나아가야할 길을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인영의 미래, 그리고 연예계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집중해야할 부분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 연예계는 상당히 비좁고, 더군다나 우리는 엄연히 동방예의지국이다. 일반적 한국 사람들의 개념 속에는 ‘도덕’이 존재한다. 부(富)를 바라는 그녀의 노골적 태도, 남자를 외모로만 판단하는 그것, 그리고 생각 없이 말하는 부분 등은 분명 문제가 되지 아니할 수 없다.


서인영은 사실 칭찬보다는 다그침, 그리고 충고를 더 많이 해줘야 하는 연예인이다.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음악적 역량이 충분한데도 이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니까 그녀의 발전을 위해 충고하는 것과, 너무 무개념(?)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혼을 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연예계 스카우터들은 서인영을 잡으려고 안달이고, 그녀는 우리가 뭐라 해도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과연 서인영이라는 야생마를 길들이기 위해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가, 아니면 ‘대한민국판 린제이 로한’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는가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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